감기약은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복용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성분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합 감기약은 단일 성분이 아닌 복합제의 형태로, 열, 기침, 콧물, 코막힘 등 다양한 증상에 대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감기약의 중심에는 특정 약리작용을 가진 주요 성분들이 있으며, 그중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 디펜히드라민, 슈도에페드린은 거의 모든 감기약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성분입니다. 각 성분은 작용 방식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안전한 약물 사용과 증상 완화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글에서는 감기약의 핵심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디펜히드라민, 슈도에페드린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복용 시 주의사항과 약물 상호작용, 실제 사례 등을 통해 현명한 복약 정보를 제공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 – 해열·진통 효과와 간 독성 사이의 균형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또는 Paracetamol)은 해열과 진통 효과를 동시에 가지는 비마약성 진통제입니다. 국내에서는 ‘타이레놀’이라는 브랜드명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단독 성분으로도, 종합 감기약 성분 중 하나로도 널리 사용됩니다. 감기약에서는 열을 내리거나 두통, 목 통증 등의 불쾌감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주로 포함됩니다.
작용 원리는 뇌의 시상하부에서 체온 조절 중추를 조절해 체온을 낮추고, 중추신경계에서 통증 전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통증을 완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NSAIDs(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계열의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과는 달리 말초 염증 억제보다는 중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위장관 자극이나 출혈 위험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간에서 대사되며,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사산물(NAPQI)은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과량 복용 시 간세포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급성 간부전이나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 기준 하루 최대 복용량은 4,000mg이며, 1회 500~1,000mg씩 6~8시간 간격으로 복용합니다. 체중이 적거나 간 질환 이력이 있는 사람, 음주가 잦은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은 용량에서도 독성이 발현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타이레놀은 안전한 약”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세계적으로 아세트아미노펜 과다복용으로 인한 간손상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감기약 외에 진통제나 생리통약 등에도 중복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인이 동시에 복용하는 모든 약의 성분을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전문가들은 아세트아미노펜이 단기 복용 시 매우 효과적이며 안전성이 높다고 평가하지만, 장기간 복용하거나, 술을 함께 마시거나, 간 질환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음을 항상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술을 자주 마시는 30대 남성이 감기약과 두통약을 병용 복용하고 간수치 상승을 경험한 사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저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할 때 ‘복용 용량’, ‘다른 약과의 중복 여부’, ‘복용 주기’ 세 가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은 약대로, 간은 간대로 챙겨야 합니다. 아무리 안전하다고 알려진 성분이라도 올바르지 않은 복용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디펜히드라민 – 효과적인 항히스타민제, 그러나 졸음은 피할 수 없다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은 1세대 항히스타민제로,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하여 콧물, 재채기, 눈물, 코막힘 등의 증상을 완화합니다. 감기 증상 중 알레르기와 유사한 증상을 제어하는 데 특히 효과적입니다. 이는 알레르기뿐 아니라 감기에 의해 유도되는 히스타민 분비 반응을 억제해 감기의 불쾌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히스타민은 면역 반응에서 분비되는 화학물질로, 점막을 자극해 콧물, 코막힘, 눈 가려움, 재채기 등을 유도합니다. 디펜히드라민은 H1 수용체를 차단하여 이러한 반응을 차단하며, 빠르게 증상을 완화합니다. 복용 후 30분 이내에 작용을 시작하며, 효과는 4~6시간 지속됩니다.
하지만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가장 큰 특징은 **중추신경계 진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졸음, 집중력 저하, 반응 시간 지연, 건조증,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흔하게 나타납니다. 이런 이유로 수면 유도 목적의 감기약이나, 야간 복용용 감기약에 포함되기도 합니다.
졸음 유발로 인해 운전, 기계 조작, 정밀 작업 등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부적합할 수 있으며, 고령자에게는 인지 저하, 섬망 유발 가능성도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고령자의 장기 사용을 지양하라는 권고가 있습니다.
디펜히드라민은 수면 보조제(OTC)로도 쓰이지만, 장기 복용은 내성 및 인지 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기간 수면용으로 감기약을 복용하던 60대 환자에게서 혼란 증상이 나타난 사례가 있으며, 이는 약물의 항콜린작용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또한 항콜린성 부작용으로 인해 입 마름, 변비, 소변 곤란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특히 전립선 비대증 환자나 녹내장 환자에게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다른 진정성분 약물(수면제, 항불안제 등)과 병용 시 진정 작용이 강화되어 사고 위험이 증가합니다.
저는 디펜히드라민이 감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반드시 ‘상황별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낮 시간대나 업무 중 복용은 피해야 하며, 졸음이 필요한 야간 복용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기약을 고를 때 “졸린 감기약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슈도에페드린 – 혈관 수축으로 코막힘을 푸는 강력한 충혈 완화제
슈도에페드린(Pseudoephedrine)은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혈관을 수축시키는 작용을 통해 코막힘과 부비동 충혈을 완화합니다. 코 점막의 혈관이 수축하면서 부종이 줄어들고, 코로 숨쉬는 것이 훨씬 편안해지는 효과를 줍니다.
감기로 인해 코막힘이 생기면 수면 질이 저하되고 두통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슈도에페드린은 이러한 코막힘을 신속히 개선하는 작용이 있어 감기약의 필수 성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구제 외에도 나잘 스프레이 형태(오크시메타졸린 등)로도 활용됩니다.
그러나 교감신경 자극 작용은 혈압 상승, 심박수 증가, 불안, 불면, 입 마름, 손 떨림 등 다양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혈압, 심장병, 갑상선 기능 항진증, 당뇨, 전립선 비대증 환자**에게는 부작용 위험이 큽니다.
또한 각성 효과로 인해 불면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며, 실제로 저녁에 복용 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환자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 성분은 **낮 시간대에만 복용**하고, 저녁 이후에는 다른 약으로 대체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특정 국가에서는 슈도에페드린을 마약 원료로 악용하는 사례가 있어, 구매 시 신분 확인을 요구하거나 처방 제한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지만, 약사의 상담을 받고 복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편 슈도에페드린은 다른 혈관수축제나 교감신경흥분제(카페인, ADHD 치료제 등)와 병용 시 부작용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특히 ADHD 약물(메틸페니데이트)과 병용하면 심혈관계 부작용 위험이 높아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슈도에페드린이 매우 효과적인 성분이지만, ‘약한 사람에게는 강한 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고혈압이 있거나 심장이 약한 분들은 감기약을 고를 때 슈도에페드린 성분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대체약이 있는지 약사와 상의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감기약은 단순히 ‘종합약’이라는 이유로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 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열과 통증을, 디펜히드라민은 콧물과 알레르기 반응을, 슈도에페드린은 코막힘을 각각 해결하는 성분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각각 작용 부위와 부작용, 금기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내 증상에 맞는 성분을 선택하고, 내 건강 상태와 병력에 따라 맞춤 복용**해야 합니다. 저는 건강한 복약을 위해 ‘약을 알면 병이 안 무섭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